CDS Astro 80D 천체촬영용 냉각 카메라 사용기

작년 말에 구입한 CDS Astro 80D에 대해서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CDS Astro 80D

 

 

Astro 80D는 캐논 80D를 천체촬영용으로 개조한 제품입니다. 국내 업체인 CentralDS에서 개조하고 판매하는 제품이라 수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겠습니다. 신뢰도 가구요. 실제로 밴딩 노이즈 문제로 사장님과 전화로 대화를 나누면서 카메라를 두어 번 주거니 받거니 했습니다. 해외라면 쉽지 않았겠지요. 단점이라면 주문 후에 수령까지 4-5주가 걸린다는 점인데 월령에 따라 호흡이 긴 별지기분들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취미 생활에 서두를 것이 뭐 있겠습니까.

 

천체촬영용으로 개조한다는 것은 카메라에 내장된 필터 중 하나를 제거한다는 것과 상통합니다. 붉은빛에 대한 투과율을 낮추는 기능을 하는 필터로 대부분의 DSLR에 어떤 형태로든 들어가 있는 녀석입니다. 이것을 제거해 천체로부터 나오는 붉은 계열의 빛에 대한 수광율을 높이려는 것이죠. 이러한 필터가 들어가 있는 이유는 사람의 눈이 붉은빛에 대한 감도가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세기의 빛이라고 해도 녹색이나 노란색은 잘 보이는데 빨간색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카메라의 센서도 사람의 불완전한 눈처럼 만들기 위해 들어간 부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밑에 그래프는 가시광선 영역에 대한 우리 눈의 감도를 그래프로 보여줍니다. 녹색에서 최고를 찍고 붉은색으로 갈수록 낮아지다가 적외선에서 0%를 찍습니다. 우리가 적외선을 볼 수 없는 이유기도 합니다.

 

 

https://t.ly/lqrJ7

 

 

위에서 말한 필터만 제거되어도 천체촬영용 카메라로 손색이 없겠지만 한 발짝 더 나가고 싶다면 냉각장치를 추가할 차례입니다. 센서에 붙어서 센서를 차갑게 식혀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센서는 열에 민감하다고 합니다. 열에서 발생하는 적외선의 영향을 받는 것이겠지요. 그 결과는 노이즈라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온도는 절대영도보다 무려 270도 이상 높습니다. 주변에 열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말이고 그로 인한 잡음도 클 수밖에 없겠지요. 센서 소자에서 발생하는 열도 무시 못합니다. 냉각 장치는 센서 주변의 온도를 최대한 낮춰서 이런 열잡음을 제거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Astro 80D에는 센서를 상온 대비 18도가량 낮출 수 있는 냉각 소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외부 장치 형태가 아니고 카메라 바디에 내장된 형태라 깔끔합니다. 덕분에 외형도 멋있습니다. 특수 카메라처럼 생겼지요. 냉각 장치의 효과는 꽤 드라마틱합니다. 냉각장치 사용 전후의 이미지를 보면 노이즈 차이가 꽤 크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냉각(6 °C) vs 비냉각(24 °C)

 

 
실제 냉각 성능도 테스트해봤습니다. 바깥 온도가 22도 일 때 카메라를 계속 작동시키면 센서 온도가 8도에서 균형을 이뤘습니다. 상온보다 14도가량 내려간 것인데 센서 자체에서 발생하는 열까지 고려하면 스펙상 성능이 제대로 발휘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 Astro 80D가 가지는 편의사항으로는 드롭-인 필터 장치가 있습니다. 천체사진을 찍다 보면 여러 가지 아스트로-필터들을 사용하게 됩니다. H-alpha 필터나 광해 필터 같은 것들입니다. 드롭-인 필터 장치 덕분에 이러한 필터 사용이 매우 편리해졌습니다. 필터 교체 시 망원경과 카메라를 분리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워낙 간편해서 적도의 트래킹 중에도 가능합니다. 드롭-인 장치에는 림 지름이 2인치인 필터가 장착됩니다.

 

 

드롭-인 필터 장치

 

 

드롭-인 장치에 필터가 항상 끼워져 있어야 하는 이유

Astro 80D는 드롭-인 장치에 필터가 들어가 있는 것을 전제로 플랜지백(Flange focal distance) 거리가 맞춰져 있다고 합니다. 전문 용어를 피해 다시 말하면 캐논 카메라는 마운트부터 센서까지의 거리가 44mm인데 Astro 80D는 이것보다 조금 더 길게 설계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왜 그런지 이해하려면 필터의 렌즈가 초점거리에 주는 영향을 알아야 합니다. 필터의 렌즈는 광로에 영향을 주어 렌즈 두께의 1/3 가량 초점거리를 늘어나게 만든다고 합니다. 핀포인트 초점을 맞추려면 플랜지백 거리가 44mm 보다 길어야 하는 것입니다. Astro 80D는 필터가 사용될 것을 고려해서 이 거리가 이미 조절되어 있는 것입니다. 백-포커스를 다시 맞춰야 하는 걱정 없이 필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다만 드롭-인 장치에 클리어 필터라도 항상 끼워져 있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6D vs 80D 다크 프레임 노이즈 비교

재미삼아 캐논 6D와 다크 프레임 비교를 해보았습니다. 80D가 새로운 기종이다 보니 이 부분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80D의 노이즈 레벨이 현저히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출시간, ISO, 온도 등 모두 같은 조건으로 촬영되었고, PixInsight에서 같은 수치로 스트레칭했습니다.

 

 

6D vs 80D

 

 

ISO 불변성(ISO Invariance)

캐논 80D는 ISO 불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다운스트림 리드아웃 노이즈가 현저하게 작아 ISO 따라 SNR(Signal-to-Noise Ratio)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말입니다. 전문적인 용어가 마구 등장해서 써놓고도 뭔가 민망합니다. 쉽게 퉁치자면, 어두운 대상을 찍을 때 ISO를 높여서 찍을 필요가 굳이 없다는 말입니다. 낮은 ISO로 찍고 포토샵에서 밝기를 조절한 사진이나 높은 ISO로 찍은 사진이나 질적인 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경우에는 낮은 ISO로 찍고 밝기 조절을 할 경우 노이즈도 같이 증폭되면서 SNR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ISO 불변성을 가진 카메라들은 SNR 하락 없이 이게 가능한 겁니다.

이는 전형적인 저조도 촬영인 천체촬영에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ISO를 최대한 낮춰서 찍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낮은 ISO로 촬영하고 이미지 프로세싱 단계에서 밝기를 조절 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낮은 ISO로 촬영해서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낮은 ISO가 중요한 이유는 여분의 DR(Dynamic Range)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에서 밝기를 표현할 수 있는 단계 수가 부쩍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천체촬영에서 아주 중요한 수치 중에 하나입니다. 성운이나 은하와 같이 희미한 대상의 미묘한 밝기의 차이를 더 잘 담아낼 수 있으니까요. 

 

밴딩 노이즈와 최적 ISO 값

Astro 80D의 경우 저조도 촬영에 최적화된 ISO값은 200이라고 합니다. 상당히 낮은 수치입니다. ISOless 특성 덕분입니다. 여기서 결론이 났으면 좋았겠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밴딩 노이즈입니다. 구매 후 첫 대상을 ISO 200으로 촬영을 하다가 발견한 현상으로 Dark 프레임에서 가로 방향 줄무늬 노이즈가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패턴이 없는 무작위성 노이즈로 항상 발생하는 것도 아닌 이상한 노이즈였습니다. 이로 인해 Dark 프레임의 퀄리티가 낮아져 Dark Subtraction 결과가 전보다 나빠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러 번의 테스트 결과 낮은 ISO일수록, 온도가 낮아질수록, 노출시간이 짧을수록 잘 나타나고, Dark나 Bias 프레임 같은 암막 촬영 결과에서만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Light 프레임에서는 시그널이 풍부해서인지 밴딩 노이즈가 발견되지 않았구요.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센서에 들어오는 노이즈를 포함한 모든 시그널의 총량이 일정 레벨 이하일 때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그널이 약한 상태에서만 발생하는 밴딩 노이즈

 

 

다행인 것은 밴딩 노이즈가 발생하는 조건을 회피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제어할 수 있는 파라미터도 많구요. 한가지 예를 들면, 300초 노출 촬영의 경우 ISO를 400으로 맞추면 센서 온도가 -25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밴딩 노이즈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장노출 환경에서는 ISO 400 이상으로 셋팅하면 밴딩 노이즈를 피할 수 있겠습니다.

한가지 짚어야 할 것은 이 현상이 Astro 80D로 개조되면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Canon 80D 자체가 가지고 문제라는 것입니다. CentralDS 사장님과 여러번 통화를 하면서 순정 캐논 80D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해외 포럼을 살펴보니 추측컨데 최근 캐논에서 내놓고 있는 ISOless를 표방한 카메라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인듯 싶습니다.
결론은 Dark 프레임 칼리브레이션을 할 생각이라면 ISO 값을 최소한 400 이상으로 올려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Dark 프레임에서 밴딩 노이즈가 발생하지 않도록 말이죠. ISO 400이면 여전히 낮은 ISO이고 DR 수치도 11 이상 확보 가능합니다. Canon 6D가 최적 ISO 1600에서 얻을 수 있는 DR 수치가 11이 안되니 좋은 수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Flat 프레임 촬영 시 주의할 점

Astro 80D는 냉각 장치를 추가하기 위해 바디에 변경이 많이 이루어진 모델입니다. 센서 자체가 앞으로 이동하기도 했고요.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성능의 기계식 셔터가 제거되었습니다. 이는 명확한 단점인데, 빠른 셔터 스피드를 활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테스트해 보면 아무리 빠른 셔터 스피드로 세팅을 해두더라도 느낌상 0.3초 정도는 걸리는 것 같습니다. 더 큰 문제는 셔터 자체의 성능이 좋지 않다 보니 짧은 노출로 사진을 찍어보면 아래와 같이 상하 밝기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셔터 문제로 인한 그라데이션

 

 

이는 flat 프레임 촬영 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LED 보드와 같은 것을 사용해서 짧은 셔터 스피드로 flat 프레임을 찍으면 위와 같은 그라데이션이 나올 테니까요.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flat 촬영 시 노출시간이 최소 5초 이상 나올 수 있는 어두운 플랫 광원을 찾으면 됩니다. 노출 시간이 길수록 플랫 시그널이 그라데이션을 압도해 버릴 테니까요. 사장님 말씀으로는 5~20초 사이를 추천하셨습니다. LED 보드 앞에 화이트 PVC 보드 등을 덧대어 밝기를 대폭 낮추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좀 번거로워졌네요. Flat 및 Dark Flat 촬영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리겠습니다.

 

총평

캐논 6D와 ASI290MC 말고는 사용해본 센서가 없으니 비교를 통한 의미 있는 총평은 불가능하겠습니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 것들을 나열해 보자면,

"지금까지 만족하며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입을 고민하신다면 추천드리겠습니다.",

"순정 6D보다 더 좋은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픽셀 사이즈가 작으면서도 높은 DR 표현이 가능합니다."

이상입니다.

 

링크

 

Astro 80D (.냉각80D) – Cooled DSLRs

설명 제품정보 : *이미지센서의 온도를 상온-18℃(±2℃)까지 냉각. *개조전 카메라에 비하여 압도적인 장노출 사진 성능 제공. *디지털온도계에 의한 실시간 냉각온도 확인가능 *원터치 필터교환을 위한 편리한 Drop-in 필터 시스템 *고성능 열전소자를 이용한 냉각모듈 체택 *전원: 12V, 1.7A DC *Ha 파장의 투과 극대화를 위해 로패스필터 제거 *Hoya MC Clear필터 장착 *3D CAD프로그램을 사용한 최적의 설계 *CNC 머신에 의한

www.centralds.net

 

Canon EOS 80D Specifications

Review manufacturer specifications for the Canon EOS 80D. Easily compare this Camera's specifications with other Cameras.

www.the-digital-picture.com

 

Best ISO values for Canon cameras

Suggested best ISO values to use for Canon cameras

dslr-astrophotography.com

 

Astro 80D 결과 이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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